삼가 고 풍선의 명복을 빕니다... (부제: 호야의 슬픔) 호야이야기/성장앨범2010/02/17 01:30
오늘 저녁에 호야와 함께 목욕을 하면서 있었던 일입니다.
2~3일에 한번씩 호야와 함께 욕조에서 거품목욕을 하곤 하는데요. 풍선에 물을 담아 물풍선을 만드는 놀이를 즐겨 합니다.
얼마전에 우연히 호야가 가장 좋아하는 노란색 풍선 3개가 생겼는데, 호야가 유달리 이 풍선들에 애착을 보였습니다. "내 애기들" 이라고도 하고, "내 동생들" 이라고도 하면서 목욕도 시켜주고 쉬도 (풍선에서 물을 빼는 일) 시켜주곤 했지요...
그런데 오늘 갑자기 차례대로 쉬를 시키자고 하더라구요. 처음 두개는 매듭이 잘 풀려서 문제없이 쉬를 시키고 다시 물을 담았는데, 나머지 하나가 너무 꽉 묶어둔 탓에 풀리지가 않았습니다. 억지로 풀려고 하다보니 풍선이 살짝 찢어져서 물이 샜습니다.
그래서 전 호야에게 매듭이 너무 꽉 묶여서 풀리지도 않고 아빠의 실수로 구멍이 났다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. 그리고, 이제 이 풍선은 쉬를 다 시켜주면 다시 물을 담을 수가 없고 하늘나라로 가야한다고 말했습니다.
그 순간 정적이 흐르더니 호야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. 그래서 풍선이 하늘나라 가서 슬프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하더라구요. 그러면서 제 품에 얼굴을 묻고 너무나도 서글프게 흐느꼈습니다.
그 순간 아이의 감성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찌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.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대해주기엔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 같고, 같이 슬퍼하기엔 호야가 더 슬퍼할 것 같더라구요..
그래서 일단 풍선한테 잘가라고 인사를 하라고 했더니,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빠이빠이를 했습니다. 그리고, 아빠가 잘못해서 풍선이 터졌으니 아빠가 너무 미안하다고 말을 해 주었습니다. 그리곤 내일 노란색 풍선을 꼭 다시 사다주겠다고 하였습니다.
그 후엔 이제 목욕을 그만하자고 하길래 억지로 달래가면서 얼른 씼겨서 데리고 나왔고, 엄마 품에서 한참을 오열을 하며 울더라구요. 호야가 엄마를 제외하곤 눈물을 많이 참는 편인데, 오늘도 역시 제 앞에선 눈물을 많이 참으려고 하더라구요. 결국 엄마한테 가서 너무 슬프다면서 한동안 기운이 빠진체로 안겨 있었고, 자기전에도 다시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고 했다더군요.
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데, 귀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면서도, 저 역시 가슴이 무척 아팠습니다.
아이들은 사물을 의인화해서 생각을 하곤 하지요. 그리고 나름의 관계를 설정하고 감정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봅니다. 그럴때, 아이의 감정을 잘 지켜주는게 부모가 해야할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.
나중에 호어멈에게 들으니 호야가 하늘나라 얘기를 하면 무척 슬퍼한다고 하더라구요. 벌써 이별의 슬픔을 알아버린 걸까요?
아마도 호야의 성격상 당분간 이 얘기를 계속 할 것 같습니다. 물론 저와 호어멈은 열심히 위로를 해 주어야 겠지요.
아무쪼록 생을 마감한 풍선의 명복을 빌면서 호야가 빨리 마음을 추스리기를 바랄 뿐입니다. 그리고 세상을 열심히 배워가고 있는 호야가 조금이나마 더 강해지는 기회가 되었으리라 믿습니다.
'호야이야기 > 성장앨범' 카테고리의 다른 글
| 삼가 고 풍선의 명복을 빕니다... (부제: 호야의 슬픔) (2) | 2010/02/17 |
|---|---|
| 42개월 호야는 100이 가장 큰 수? (6) | 2010/02/01 |
| 호야 4일간 투병일지... (신종플루 맞나? 아닌가?) (9) | 2009/12/09 |
| 호야는 요리사~ (4) | 2009/11/01 |
| 40개월 호야... 한복입은 모습 + 꼬마 목수 (8) | 2009/10/21 |
| 잘 가도 걱정, 잘 안가도 걱정... 어린이집의 비애 (4) | 2009/09/30 |

댓글을 달아 주세요
호야군의 마음이 그대로 느겨집니다.
풍선도 호야군의 친구였는데 많이 아팠나 봅니다. ^^*
그러게요...
요새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무지 조심하고 있습니다.